Ultra Music Festival Korea 2012 by 루얼


 헤드라이너 스크릴렉스, 스티브 아오키, 티에스토, 칼 콕스 가 발표되었을 때 이 페스티벌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UMF 홍보용 영화 <캔 유 필 잇> 까지 보고 나니 너무 가고 싶어서 상사병 걸릴 지경. 결국 6월에 4차 프리 세일 기간에 표를 질러 버렸다. 원래는 대구에 있는 K양도 가고 싶어 했지만 표 값 + 대구-서울 왕복 차비 + 기타 비용 의 부담으로 포기해서, 또 혼자...가게 됨. ㅠ_ㅠ

 모든 라인 업이 발표되고, 타임 테이블이 나왔을 때 사실 조금 실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무대는 12시 쯤 되면 끝나는 거였고 팀도 생각보다 많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예전에 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같은 경우 낮 12시부터 거의 밤 12시까지 타임 테이블이 꽉 차 있는데, UMF는 낮 4시에 시작해서 밤 12시 전에 끝나니 좀 짧게 느껴진 것이다. 게다가 장근석(Team H)이 메인 스테이지, 그것도 티에스토 바로 앞의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는 꼬라지를 보니 완전 빈정 상했다. 디제이 경력이라고는 일천한 사람이 어떻게 뻔뻔하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그 시간대 무대를 내어준 주최측은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걸까. 일렉트로니카 초보인 나도 장근석이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다는 걸 아는데 진짜 일렉트로니카 팬들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싶다. 그래서 가기 직전 UMF에 대한 내 기대치는 살짝 줄어있는 상태였다. (Team H의 무대는 직접 보진 않았는데, 후기를 읽어보니 그때 사람들이 많이 빠졌고, 주로 일본에서 온 팬들이 앞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함. 사람들은 처키-티에스토 바로 달리면 사람들이 다 죽어날 테니 주최 측에서 마련한 쉬는 타임이라고...)

 첫날 3시 반에 잠실종합운동장에 도착해서 팔찌를 받고, 입장을 했다. 올해 처음 런칭하는 페스티벌이라 초대권을 엄청 풀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일일권을 3-4만원 정도에 암표를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는 VIP까지 3만원대로 떨어졌다나. 솔직히 좀 억울했다. 나는 15만원이나 줬는데...암표가 고작 3만원이라니! 이래서 정가 준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건가 ㅠㅠ 어쨌든 이미 돈을 줬으니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그리고...암표는...불법이니까. 좋은 문화는 제 값 주고 즐겨야 하지. 암암.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거긴 했지만 햇살은 여전히 뜨겁고 강했고 기온은 정말 높았다. 메인 스테이지 첫 무대 카세트 슈워제네거를 보기 위해 메인스테이지 입장줄을 서 있었다. 그나마 줄 서는 곳은 그늘이었다. 하지만 스텝들이 '메인 스테이지 입장은 언제가 될지 확실히 모른다' 고 소리치는 걸 듣고 줄 서는 걸 포기한 채 바로 라이브 스테이지로 갔다. 무대 앞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디제이가 틀어주는 곡에 맞춰 적당히 몸을 흔들며 서 있었다. 땡볕 아래 서 있다간 정말 탈진할 것 같아 시시각각 바뀌는 그늘을 찾아가며... DJ 제이미, 모리어티 까지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DJ MJ 차례가 되자 무대 앞이 조금씩 복작복작 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이분이 좀 더 인지도가 있는 듯. 확실히 그의 디제잉은 꽤나 신났고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에 충분했다. 그다음에는 내가 꼭 한번 공연을 보고 싶었던 하우스 룰즈! 근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 은 안 틀어줬다. 대신 이번에 나온 신곡 '고래사냥' 을 들을 수 있었음! 기대치보다 아주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우스 룰즈는 매력적임. 

 다시 메인 스테이지로 자리를 옮기니 시드니 샘슨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메인 스테이지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여름 기온에다가 인체의 열기까지 더해지니 정말 쪄 죽을 지경... 그러나 시드니 샘슨의 센스 넘치는 선곡 때문에 정말 열심히 놀 수 있었다. 이날 시드니 샘슨이라는 디제이를 처음 알았는데 진심 첫 만남에 사랑에 빠져버리게 만드는 그의 디제잉...(페스티벌 끝나고 나서 셋리스트 구해 복습도 함) 관객을 놀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다. 한시간 반 가까이 시드니 샘슨과 신나게 놀고 나서, 스티브 아오키 등장. 역시 명불허전... 괜히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게 아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오키는 본인 스스로가 굉장히 즐기면서 디제잉을 하는 것 같았다. 고무 보트도 띄우고, 관객에게 케이크도 투척하고... (물론 나는 맨 앞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걸 직접 겪어보진 못 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버티고 서 있는 게 힘들어졌다. 아오키가 뭐만 하면 사람들이 갑자기 앞으로 몰려 들었기 때문. 아오키의 디제잉이 조금씩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도저히 힘들어 잠시 라이브 스테이지 쪽으로 피신해 음료수도 사 먹고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스크릴렉스 타임에 맞춰 다시 메인 스테이지로! 너무 앞으로 가면 사람들에게 계속 치이니까 이번엔 살짝 뒤쪽으로 빠져서 놀았다. 사실 나는 스크릴렉스의 음악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덥스텝은 너무 하드하고 또 춤 추기 힘든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무대를 보러 간 것은 순전히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를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런 내 선입견을 그는 와장창 깨부숴주었다. 정말 곡 하나하나가 내 온 몸을 온전히 비트에 맡기기에 손색이 없었다. 분명 그의 음악에는 모두를 미치게 만들고 정신을 놓아버리게 하는 마력이 있다. 하드한 음악에 비해 그의 목소리는 좀 가늘고 여성스러워서 깨긴 했다만ㅋㅋㅋ 나중엔 그것도 귀엽게 보임... 또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다니! 덥스텝은 무서운 음악이다. 마지막에 무대가 끝났을 때는 너무 아쉬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둘째날은 6시 쯤 잠실로 갔다. 너무 더워서 도저히 해가 한창 떠 있는 동안에 나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 느낌... 6시에도 여전히 잠실은 더웠다. 일단 칼콕스 & 프렌즈 아레나로 갔다. 잘생긴 존 룬델이 한창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좀 늦게 오는 추세라 사람들로 빽빽히 들어차진 않았으나 룬델의 디제잉은 확실히 신나고 재밌었다. 그래서 처음엔 살짝 간부터 보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초반부터 신나게 달렸다. 룬델 다음으로 유세프가 등장. 유세프는 좀더 카리스마 있고 묵직한 비트를 들려주었다. 음악으로 사람을 들었나 놨다 조였다 풀었다 하는 게 장난이 아님... 그래서 또 반했다는 그런 이야기+_+ 이 때 내 주변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지랄발광도 장난이 아니었다. 룬델부터 유세프까지 초반 2시간을 정줄놓고 달려버린 탓에 핸섬 피플을 보러 라이브 스테이지로 갈 때는 이미 체력 50% 방전... 그래서 카메라가 있는 곳 펜스에 기대 앉아서 핸섬 피플 공연을 봤다.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듣다가 핸섬 피플의 노래를 들으니 좀 간질간질한 기분이었다. 너무 약효가 센 걸 맞으면, 적은 걸로는 별 자극이 되지 않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도 <Wu Wei Wu Wei> 노래를 좋아서 열심히 따라 불렀다. 클래지콰이가 등장할 차례에는 힘을 내서 무대 앞으로 갔다. UMF의 특성 덕분에, 오랜만에 클래지의 긴 디제잉을 볼 수 있었다. 원래 클래지는 하드한 음악을 잘 안 하지만 이날 만큼은 베이스 빵빵 묵직하게 틀어주었다. 그리고 슬슬 호란이랑 알렉스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타이밍에 호란도 알렉스도 아닌 한 여자가 나왔다. '아니 저 어려보이는 여자는 누구지?' 하는데, 노래 부르는 목소리가!! 김완선!!! 솔직히 노래는, 초반부터 삑사리를 내셔서 그리 잘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정말 완선 언니의 포스는 우리나라 어떤 여가수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UMF가 원래 19세 이상 입장 가능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섹시 퍼포먼스...아... 언니 야해여 //ㅁ//꺅. 막 남자 백댄서들이 상의를 탈의 하질 않나, 마지막엔 생수를 몸에 뿌려가며 물쇼를 하질 않나, 완선 언니도 댄서들과 완전 농염한 춤을 추질 않나... 아주 그냥 눈이 매우 즐거웠다/ㅁ/ 

 그렇게 광란의 무대(?)를 보고 나서 서둘러 티에스토가 있는 메인 스테이지로 갔다. 메인 스테이지는 어제보다 사람들로 더더욱 꽉 차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전설 아닌 레전드, 티에스토의 힘이구나. 중간 쯤으로 파고 들어가 정말 미친듯이 뛰었다. 티에스토는 쉴 틈을 주지 않더라... 이게 바로 연륜이라는 걸 보여준 티에스토 아저씨. 멋있어요... 비록 토요일 막차 시간 때문에 30분 밖에 못 보고 나왔지만 ㅠ_ㅠ 엉엉. 게다가 후기를 보니 칼 콕스 아레나에선 칼 콕스 아저씨가 무려 3시간 가까이 플레이를 하셨다고!! 게다가 그 믹스셋이 너무 좋아서 사람들 다 미쳤다고!! 밤을 새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다 보고 나왔어야 했나 싶었다... 하지만 이틀 동안 정말 미친듯이 놀고 나니 체력은 바닥을 드러내었다. 그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데, 와, 내 종아리가 그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었어. 걷는 게 힘들 정도였다. 그만큼 재밌게 놀았다는 거겠지. UMF 가 끝난지 사흘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high' 한 기분이 남아 계속 방황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라던가, 운영의 미숙함이 보이기도 한 페스티벌이었지만, '울트라' 의 이름과 멋진 디제이들 덕분에 그런 단점을 다 가리고도 남았다. 네임드는 괜히 네임드가 아니었다. UMF가 한국과 5년 계약을 했다고 하니, 내년에도 칼 콕스 아저씨를 비롯한 쟁쟁한 디제이들이 올 거라고 믿는다. 내년에도, 꼭 가고 말테야. 얼리 버드 티켓 끊어서... (대신 한 여름에 여는 건 좀 피해줬으면 ㅠㅠ)

4월엔 저기 가가 공연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8월엔 UMF다!


들어가자 마자 너무 더워 포카리 한 잔. 공연 볼 때 음식물은 먹지 않고 이온음료, 주스 위주로 먹음.
당분은 보충하면서 뱃 속을 가볍게.

DJ  Jamie

House Rulez

메인 스테이지인 주경기장 장식

Sidney Samson! 난 오늘부터 오빠 팬!

스크린에 비친 Aoki의 모습이 참 아련청순...

고무 보트 띄우고 거기에 예쁜 언니들 태움

AOKI!!!

Skrillex 등장 1분 28초 88분 전
태극기 열심히 흔드는 귀여운 Skrillex 찡

마지막에 종이가루 날릴 때... 완전 감동. 끝나면서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의 멜로디가 피아노 선율로 흘러나오는데, 그게 왜 그리도 마음에 박히던지...

잘생긴 Jon Rundell *-_-*

사회 보던 아저씨. 완전 동글동글 귀염상이고 목소리도 멋지심!
내가 알기로 <캔 유 필 잇>의 나레이션을 맡기도 했다고...

간지 쩌는 Yousef

Carl Cox & Friends Arena
칼 콕스는 항상 UMF마다 이렇게 자신의 전용 스테이지를 꾸민다

Handsome People

DJ Clazzi 

김완선과 망사 셔츠 입은 아이들... 나중엔 저것도 그냥 벗ㅋ음ㅋ

Tiesto를 즐기는 수많은 인파!

Tiesto 아재야

30분 밖에 못 뵈어서 너무 아쉬웠어요 ㅠㅠ 내년엔 풀로 즐기기 약속!




덧글

  • 2012/08/07 04: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루얼 2012/08/07 16:59 #

    클래지콰이와 하우스 룰즈는 메인보다는 라이브 스테이지가 더 어울렸다고 봐요. 격하게 놀기에는 그들의 음악이 좀 소프트하죠.

    다른 페스티벌도 가봤지만, UMF는 여운이 더 길게 남는 것 같아요. 아직도 인터넷 돌아다니며 공연 후기를 뒤지고 있어요...아마 지산도 다녀왔다면 그랬겠죠? 저도 정말 달려가고픈 라인업이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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