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디오테잎의 음악은 매우 강렬하기 때문에 매일 귀에 달고 있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을 통해 이 음악을 생생하게 느껴야 한다! 타지에 있을 때 그들의 음악을 알게 된 터라 한국에 돌아오면 꼭 공연을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6월 말, 그들의 단독 공연이 잡혔다. 앞으로 1년 안에 이런 공연은 볼 수 없을 거라는 호기로운 트윗에 기대 수치는 만빵으로 차 있었다.


공연 당일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았다. 전날 밤을 샜고, 그날 오전에는 약속이 있어서 결국 잠 한 숨 못 잔 채 혼자 홍대로 향했다. 너무 피곤한데다 혼자 쓸쓸히 가는 그 길이 그렇게 신나진 않았다. 버스 안에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상상마당에 도착했다. 늦게 온 게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사람들이 밖에서 서성이기만 하고 공연장에 입장한 사람이 몇 없어서 나는 두번째 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Fred Perry Subculture Viewzic Session 2012 중 하나로 매달 공연이 있어왔다. (물론 이러한 정보는 공연장 가서 알았다;) Viewzic과 함께한 덕분인지 공연장 무대는 조명 뿐 아니라 LED로도 반짝반짝 꾸며져 있었다. 무대 뒤 스크린으로 나오는 영상도 황홀한 분위기를 공연에 더해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환상적인 것은 이디오테잎의 소리였을 것이다. 첫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쉬지않고 달렸으니까. 소리로 압도당하는 느낌은 작년 아이슬란드 에어웨이브스에서 For A Minor Reflection의 공연 이후에 다시 경험한 것이었다. 곡이 시작되는 그 순간, 귀로 마약이 주입된 것 마냥 현실의 끈을 놓고 오로지 음악에 맞춰 격렬하게 몸을 흔드는 것만 남았다. 페스티벌이 아닌 작은 실내 공연장에서는 보통 관객들이 가볍게 몸을 흔들거나 가만히 서서 음악을 감상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날 내가 본 관객들의 반응은 거의 페스티벌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 자리에 있으면 그렇게 놀 수 밖에 없다. 이디오테잎이, 그들의 음악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혼자 공연을 간 게 다행이었다. 나의 그 미친듯이 뛰노는 모습을 아는 사람에게 보였으면 아마 그날 밤 하이킥을 몇 번은 했을 듯 싶다.


시크릿 게스트가 있는 줄도 모르고 갔는데, 2부부터 게스트가 나왔다. 하지만 난 처음 보는 분들...후기 검색해보니 텔레파시와 갤럭시 익스프레스였다. (이디오테잎과 친한 밴드라고 한다.) 록과 일렉트로니카가 합쳐지니 그 꽉 찬 사운드와 광기가 공연장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그 작은 공연장에서 슬램까지 할 만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뒷줄에서는 기차놀이도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을 풀로 뛰었다.

1시간 반이면 짧다면 짧은 공연이었지만, 끝나고 나서 이렇게 속이 후련한 공연도 드물지 않나 싶다. 말 그대로 하얗게 불태웠다! 공연장을 나오자 굵은 빗줄기가 열기를 식혀줄 듯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이디오테잎 SEMP 2012 공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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