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섬머 판타지 - Kirkjubæjarklaustur키르큐바이야르클뢰스투르 (2) by 루얼


 게스트 하우스의 아침은 정갈하니 맛있었다. 대부분 수퍼마켓에서 파는 제품이었지만 작은 바게트, 식빵, 잼과 버터, 시리얼, 뮤즐리, 달걀, 오이와 파프리카, 토마토 등 채소에 우유, 주스, 그리고 요거트까지 골고루 준비되어 있어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10시 쯤 숙소를 나서 하이킹을 시작했다. 주인 아저씨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Systrastapi시스트라스타피 를 거쳐 Fraðrárgljúfur프라드라우르글뤼우푸르 까지 가는 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하이킹 도로는 숙소 옆 강을 따라 걸어가면 된다고 지도에 나와 있었다. 프라우드라우르로 간다고 하니 주인 아저씨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며 잘 다녀오라고 하셨다.
 노란색 표식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아이슬란드의 하이킹 도로에는 위쪽에 색을 칠한 나무표식이 일정한 간격마다 있다) 우리를 제외한 인적을 찾을 수 없었고 오로지 표식과 발길에 눕힌 풀만이 이곳이 사람이 지나다닌 길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모른다. 사람이 아니라 양들이 지나다닌 길이었는지. 중간에 철조망이 나와서 잠시 망설였다. 철조망이 쳐져 있다는 건 곧 사유지를 의미하는데... 어차피 누가 보는 것도 아니니 그냥 과감히 철조망을 넘었다. 철조망을 넘고 나니 양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 어느 농장에서 여름동안 양들을 풀어 놓는 곳일 것이다. 
 양들 사이를 지나고, 폭포를 지났다. 중간에 절벽을 타고 가는 아슬아슬한 길도 지났다. 길은 점점 희미해졌다. 나무 표식을 찾기가 힘들었고 지도로 길을 확인할 수 없었다. 1시간 정도 걸었는데, 일단 시스트라스타피는 지나온 것 같았다. 아마도 저 두 개의 거대한 돌이 시스트라스타피였을 것이다. 길을 잃은 우리는 좀더 높은 곳에 올라가 살펴보기로 했다. 굽어치는 강과 흐르다 멈춘 채 식어버린 용암대지가 보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길을 찾을 수는 없었다. 길이라고 해봤자 눕혀진 풀의 좁은 길이 보일리가 없었다. 더 나아가는 것을 멈추고 왔던 길을 되돌아 왔다.
 아저씨께서 벌써 오는 거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1시간 정도 걸었는데 길을 못 찾았다고 말했다. 사진을 보여드리며 우리가 어디쯤 갔는지 여쭤보았다. 아저씨는 우리가 절반 정도 간 거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포기한 기색을 보이니 그곳은 꼭 봐야한다며, 직접 차로 입구까지 데려다 주신다고 했다. 돌아올 때는 걸어서 산을 타면 게스트 하우스까지 올 수 있다고 가르쳐주셨다. 뜻밖의 친절에 너무 감사했다. 차로 10분 정도 달렸을까? 프라우드라우르글뤼우푸르는 이 클뢰스투르 근방에서 그나마 조금 알려진 관광지인 듯 했다. 입구 주변에 다른 차들도 몇몇 주차되어 있었다. 프라드라우르는 굉장히 깊은 협곡이었다. 협곡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아찔한 절벽의 높이와 시리게 푸른 물은 장관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저씨가 이곳에 꼭 가봐야 한다고 강조하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직접 데려다 주신 게 더 감사했다. 동생도 신기한 풍경에 많이 신난 것 같았다. 
 협곡의 끄트머리에서 우리는 산을 타기 위해 다시 하이킹 도로를 찾았는데... 왠지 또 길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안전하게 차도를 따라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전에 협곡 입구에서 잠시 쉬었다. 날씨도 어찌나 좋았던지, 반짝반짝 빛나는 물을 보며 챙겨온 바나나를 야곰야곰 먹었다. 신발을 벗고 맑은 물에 발을 담구어 보기도 했다. 우리 말고도 그곳에서 햇살과 풍경을 즐기는 관광객이 많았다.
 돌아오는 길은 꽤 힘들었다. 도로를 따라 죽 걸었는데 인도가 없기 때문에 차가 오면 옆으로 잠시 비켜나야 했다. 화산 활동의 증거인 오름을 옆에 끼고 걸었다. 그날 하루 동안 최소 6시간 이상은 걸었으니 마지막에 숙소에 도착했을 땐 완전 파김치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62호로 방을 옮기고 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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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비 2012/03/15 23:23 # 답글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느꼈지만 녹색이 참 이뻐요 :) 북극에 가까워서 그런지 하늘도 유난히 하얗고 풍경들도 진짜 판타지 영화에나 나올것같은 전망들이네요 +_+ 이 세상의 것이 아닌것만같은..
    해외여행을 한번도 안가봐서 그런지 이런 여행기 읽으면 너무 가고싶어지네요 ㅠㅠㅎㅎ
  • 루얼 2012/03/15 23:48 #

    정말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죠. 그래서 여행기 제목을 섬머 판타지 라고 했어요. 환상 같은 그런 여행이었거든요.
    저는 제가 여행기 쓰면서 스스로 테러 당하고 있...ㅠ_ㅠ 사진 보니까 너무너무너무너무 그리워요.
    빨리 돈 벌어서 꼭 다시 갈 거에요!
  • 변온동물 2012/03/16 07:53 # 답글

    아이슬란드 여행기 사진보다 너무 예쁘고 서정적인 분위기 사진들이 맘에 들어
    링크신고 하고갑니다 :-)
    멋져요
    여행가고싶어졌어요
  • 루얼 2012/03/16 19:39 #

    저도 다시 가고 싶어요. 작년에 못 가본 곳이 한이 되어 남아있습니다...ㅠㅠ
    링크 감사드립니다 ><
  • bethestar 2012/03/16 08:27 # 답글

    우와 골짜기 한 구석에서 난장이들이 튀어 나올거 같습니다.
  • 루얼 2012/03/16 19:33 #

    트롤이 나오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D
    하긴 햇살이 밝으니 트롤은 나올 수가 없겠네요 ㅋ
  • 에피나르 2012/03/16 10:55 # 답글

    풍경이 정말 멋지네요. 마치 동화에 나오는 장소 같아요. 꼭 가보고 싶어지네요 ㅋㅋ
  • 루얼 2012/03/16 19:33 #

    꼭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아이슬란드는 멋진 곳이에요.
  • Fabric 2012/03/16 12:56 # 답글

    너무 예뻐요ㅎㅎ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장면 같네요
  • 루얼 2012/03/16 19:34 #

    저도 돌아다니면서 반지의 제왕 생각을 많이 했죠 ㅎㅎㅎ
  • 2012/03/16 18:0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루얼 2012/03/16 19:34 #

    오, 늘 마이리더로만 접속해서 메인 페이지에 보이는 지도 몰랐네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
  • 2012/03/16 21: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루얼 2012/03/17 00:31 #

    저도 뭐 딱히 잘 아는 건 아닙니다ㅋㅋㅋ
  • 하이킹막대 2012/05/16 02:40 # 삭제 답글

    어쩌다 들어왔는데 아이슬란드에 대한 포스트가 많아서 저장해두고 읽고 있어요ㅋㅋㅋ 레이캬비크에 대한 여행기는 많은데 다른 곳은 잘 못 봤거든요... 여기서 그 갈증을 푸네요! 오 읽다가... 하이킹막대 보고 바로 댓글 달아요!! 벌써 3년 전에 워크캠프를 갔는데 거기서 제가 했던 일이 산 타면서 하이킹막대 정비하는 일이었거든요. 밑에는 회색 위는 노란색 맞죠? 그걸 페인트 들고 다니면서 칠했어요... 진짜 힘들었는데 생각나네요. 아직 여행기 다 안 올리신거죠? 앞으로도 찾아올게요.
  • 루얼 2012/05/16 23:20 #

    아니, 저장까지 해서 읽어주시다니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죄송스럽게도 저의 게으름 때문에 여행기가 빨리빨리 올라오지 못하고 있네요 ㅠㅠ 글은 아직 다섯개 정도 남았습니다. 분발하겠습니다ㅋㅋㅋ
  • 하이킹막대 2012/05/17 00:02 # 삭제

    게으름은요ㅋㅋㅋ 내킬 때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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