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여름 유럽 여행 간단 정리 - 베를린, 코펜하겐 by 루얼



5. 베를린
 워크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독일로 넘어왔다. 파리에서 크라쿠프로 갈 땐 라이언 에어를 탔고, 부다페스트에서 베를린으로 갈 땐 이지젯을 탔는데 라이언 에어보다 이지젯이 더 나아 보였다. 우리는 9일 캠프 장소로 이동하기 전 이틀의 시간을 베를린에서 보낼 수 있었다. 베를린에서 우리는 또다른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봄학기 교환학생이었던 마르셀, 카트린, 도리스와 카탸가 오로지 독일에 온 우리를 보기 위해 자기네 동네에서 베를린까지 와 주었다. 그리고 여름학기 교환학생이었던 커스틴까지! 마르셀과 커스틴은 직접 공항으로 마중도 나와 주었다. 차가 있는 커스틴 덕에 공항에서 호스텔까지 아주 편하게 왔다. 역시 여행지에서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다 :) 참, 미리 말하지만 베를린은 사진이 별로 없다. 실수로 둘째날 사진을 지워버렸기 때문이다ㅠㅠ흑. 
 베를린에 와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마치 서울에 온 것 같다' 였다. 아무래도 전쟁으로 파괴된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대부분 건물이 현대식이고 뭔가 번쩍번쩍한 느낌이었다. 
 베를린에서는 관광이라고 할만한 것을 거의 안 했는데, 일단 친구들이랑 만나는 게 1차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유적지나 박물관 구경은 하나도 안 했지만, 나는 오랜만에 보는 그들이 그저 반가웠고 같이 있는 게 즐거웠다. 첫째날 마르셀과 갔던 시샤 바, 그리고 둘째 날 도리스와 카탸와 갔던 비치 바, 커스틴과 친구들 술자리에 살짝 꼈던 일. 만약 내가 교환학생을 가지 않았더라면 낯선 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만나 추억을 만들지는 못 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독일에서, 잠시 스쳐가는 여행객이나 이방인이라는 기분보다는, 마치 그들의 삶에 초대받은 손님이라는 기분을 즐길 수 있었다.
 워크캠프가 끝나고 코펜하겐으로 떠나기 전 나는 다시 베를린에 들렀다. 딱 하룻밤만 있었고 다음 날 아침에 떠나야 했기 때문에 역시 관광이라는 건 못 해봤지만, 커스틴의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커스틴과 커스틴 동생, 그리고 동생의 남자친구가 함께했던 저녁식사와 맥주 한 병, 그리고 1주일 전 생일을 맞은 나를 위해 준비한 케익과 선물까지. 주체하지 못할 만큼 너무 많은 것을 받아버렸다. 이런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오롯이 좋은 기억만 안고 이곳을 떠날 수 있었다.


6. 코펜하겐
 코펜하겐에서 동생과 조우하게 된 사연을 말하자면- 워낙 동생이 집구석에 박혀있는 걸 보다못한 엄마가 '돈 줄 테니 여행이라도 좀 다녀와라!' 해서 유럽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근데 이 녀석이 시키면 잘 하는데 알아서 뭔가를 시작하는 걸 못 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나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아이슬란드 여행 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택지로 혼자 서유럽 여행(일단 볼 만한 게 훨씬 많음) + 나랑 아이슬란드 여행 후 귀국 할 때 도시 하나 경유 를 주었더니 냉큼 후자를 선택한 동생. 아이슬란드 오려면 어차피 유럽 도시 하나는 거쳐야 하고, 때문에 코펜하겐에서 만나 같이 아이슬란드로 들어오기로 했다. 대신 나는 조건을 걸었는데 아이슬란드 여행 일정은 내가 짜는 대신 코펜하겐 여행 일정은 모두 동생보고 정하라고 하였다. 숙소부터 관광 일정, 그리고 아이슬란드로 들어가는 비행기표 예매 모두 다! 워크캠프를 끝내고 나는 아무 걱정 없이 베를린에서 유로라인 버스를 타고 코펜하겐으로 들어갔다. 신기했던 게 독일에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유로라인 버스를 타면 중간에 페리를 타는 구간이 있다. 버스 통째로(?) 배에 실려 바다를 건넌다. 페리는 처음 타는 거라서 그저 남들 가는 대로 따라 갔다. 우루루 다 내리길래 같이 내려서 갑판도 가고 점심도 먹고. 또 갑자기 사람이 빠지길래 '아 버스로 돌아가야 하나보다' 하고 버스 있는 곳으로 내려가고... 여행에서 중요한 건 눈치!!
 코펜하겐 시내에서 내려 잠시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숙소가 있는 지하철역을 노선도에서 못 찾아서 인포 센터에 줄서서 물어보고 근처에 도착해서도 제대로 못 찾아서 같은 길을 뱅글뱅글 돌기도 했지만 결국 동생이 잡아놓은 숙소인 Generator Hostel 에 도착했다. 로비에서 동생을 기다리는데, 이넘이 연락이 안 되네? 이미 그때 코펜하겐의 더위에 지쳐있기도 했고(워크캠프 기간 동안 독일은 추웠다)로  빨리 눕고 싶어서 동생 이름을 대고 체크인을 하는데... 오잉? 동생이 트윈 룸을 예약한 것이다. 가난한 학생의 여행이라면 당연히 도미토리를, 그것도 젤 싼 도미토리를 해야 할텐데 웬 트윈 룸? 일단 예약을 해버렸으니 눈물을 머금고 결제. 이번 여행을 하면서 제일 비싸고 제일 좋은 방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동생은 나중에 나한테 까였다^^ 2명이라서 당연히 2인실인 줄 알았다고...
 코펜하겐 여행할 땐 코펜하겐 카드를 강추! 한다. 혜택이 꽤 많아서 웬만한 관광지는 무료 입장도 가능하고, 지하철 등 교통 수단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첫 날은 간단하게 시청사 광장과 티볼리 파크 구경을 했다. 코펜하겐 카드로는 입장만 무료고 놀이기구 타려면 돈을 따로 내야 한다. 비싸다. 타고 싶은 거 몇 개 보이긴 했는데 비싸다. 그래서 참았다. 조명 축제 중이었는지 거리거리마다 조명이 깔려있었다. 놀이기구 안 타면 딱히 할 것은 없는 동네였다. 밤에 야경이 예쁠 것 같아 벤치에서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죽치고 있다가 야경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왔다. 벤치에 앉아 있는 동안 모기에 엄청 뜯겼다. 
 코펜하겐 카드로 코펜하겐 외곽에 있는 Frederiksborg프레데릭스보르그 궁전도 볼 수 있다. 프레데릭스보르그는 궁전을 장식하는 수많은 초상화와 화려한 Great Hall 로 유명하다. 또 호수 옆에 있는 궁전인데 주변 자연과 어우러지는 궁전 모습도 매우 아름답다. 동생의 여행 계획이 약간 허술해서 Hillerød 지하철 역에서 내린 다음 궁전으로 가는 길을 몰라 그 작은 동네를 헤매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그랬다ㅋ 한 여름 날 햇살 좋은 날 호수 한 가운데 위치한 성의 풍경은 덴마크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사실 이곳은 내가 여름 유럽 여행 하면서 본 유일한 궁전이었다. (파리에선 시간이 없어 베르사유 궁전도 못 봤음...)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몸이 지쳤는지 프레데릭스보르그를 보고 돌아오는데 속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동생 녀석을 홀로 보내고 나는 트윈룸에서 편하게 낮잠. 오후에 코펜하겐에서 꼭 해야 한다는 운하 투어를 했다. 코펜하겐 공식 유람선 투어와 그보다 좀 더 저렴한 사설 투어가 있는 듯 한데, 코펜하겐 카드가 있으면 공식 투어가 무료다! 이것만으로도 코펜하겐 카드 뽕을 뽑은 것 같다. Nyhavn뉘하븐 의 아름다운 거리를 양 옆에 끼고 있는 정박지에서 유람선을 타고 재치 있는 가이드 아저씨의 안내를 들으며 투어를 했다. 왜 꼭 해봐야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편하게 코펜하겐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커플끼리 오면 나름 낭만도 있고 괜찮을 듯. (하지만 난...ㅠ) 운하 투어 하면서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다. 
 처음엔 코펜하겐에 대해서 별 기대를 안 했다. 북유럽 도시 중에서 다들 가장 추천하는 건 스톡홀름이라 그냥 지나쳐 가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볼 것도 많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둘째 날 몸 상태 때문에 많은 곳을 못 봐서 아쉬웠다. 겨울에 또 올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고, 여름 방학 여행의 마지막인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바이바이, 유럽 대륙.






덧글

  • 백서향 2011/11/11 21:40 # 답글

    사진 잘 보았습니다, 코펜하겐은 참 도시풍경이 예쁘네요. 회사때문에 해외여행따윈 꿈일뿐이지만...덕분에 대리만족하고 갑니다ㅠㅠ
  • 루얼 2011/11/12 00:34 #

    코펜하겐이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어요 :)
    저도 내후년에 직정다니면, 이런 건 꿈도 못 꾸겠죠...?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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