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여름 유럽 여행 간단 정리 - 빈, 부다페스트 by 루얼


-2011 여름 유럽 여행 간단 정리 - 파리, 크라쿠프 보기


3. 빈 

 크라쿠프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빈.야간버스는 처음 타 보는 거였는데 정말 피곤했다. 예전 추석 명절날 서울에서 대구까지 7시간 걸려서 가던 기억이 났다. 버스 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움밧 시티 호스텔은 그야말로 한국인 천국이었다. 좀 과장하자면 파리에서 본 한국인들보다 더 많은 한국인을이 호스텔에서 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평이 좋은 호스텔이라는 뜻이겠지? 체크인 전 게스트 샤워실 이용도 가능했고, 아침 뷔페도 괜찮았고, 세탁비도 여행기간 머무른 다른 호스텔에 비하면 비싼 편은 아니어서 전반적으로 맘에 들지만 한국인이 너무 많다는게 마이너스. 이상하게 난 외국에서 한국인 만나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더라. (그렇다고 같은 민족을 싫어한다는 건 아니에요) 

 A양은 나를 만나기 전 이미 두 달 넘게 여행을 한 터라 약간 여행에 지쳐있는 상태였고, 나는 여행 계획을 치밀하게 짜서 볼 거 다 보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라 빈 시내 구경도 거의 중구난방으로 이어졌다. 일단 호스텔이랑 인포 센터에서 지도를 구해다가 갈만한 곳을 표시하고 그냥 구경나가는 것. 호스텔에서 관광 중심지까지 걸어서 20분 정도였는데그 때문인지 도착 전에 지쳐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이슬란드 날씨에 익숙해진 나는 유럽의 여름에 적응하기 힘들 뿐이었고…… 오히려 빈 거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H&M 구경. (파리에 이어 또 H&M이다!) 그래도 호프부르그 성, 슈테판 성당, 카를 교회 등은 구경했다. 2차 대전의 폭약 그을음을 벗겨내는 중이었던 슈테판 성당은 너무 높아서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았다. 

 또 기억나는 것은 슈니첼. 가이드북에 나온 가게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발견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자리가 부족해서 한 오스트리아 노부부와 합석을 했다. 다른 도시에서 빈으로 여행을 오신 분들이었다. 생각보다 양이 적을 거라고 여겨졌던 슈니첼은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아 두 조각 중 한 조각은 포장해 왔다. 맛은- 조금 느끼한 돈까스 맛^_^ 돈 아끼려고 샐러드 안 시켰는데 정말 샐러드가 필요한 음식이었다. 합석한 노부부는 빈의 슈니첼은 양이 너무 적다고 하셨다. 

 마침 시청사 필름 페스티벌 중이어서 둘째 날 저녁 헬덴 광장, 복스가르텐, 국회의사당을 지나 시청으로 갔다. 시청 건물에 대형 스크린이 걸려있고, 광장 양 옆으로는 간이 식당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돈 아끼려면 아무것도 사먹지 말아야 했지만 상그리아 한 잔, 맛있어 보이던 감자튀김, 커피 하나를 결국 먹고 말았다. 그날은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2010년발트뷔네 공연 중 “Night of Love”를 상영해주었다. 서울에서도 이런 행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시에서 시민들을 위해 이런 행사를 열어주는 것, 그리고 그 행사를 적절히 즐길 줄 아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부럽고 좋았다. 다만 밤이 되니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다. 시청 앞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를 뒤로하기가얼마나 아쉽던지.

 

 4. 부다페스트 

 빈에서 버스로 3시간 정도 달리면 부다페스트에 도착한다. 짧은 거리라 잠은 들지 않았고, 창밖으로 계속 풍경을 구경하면서 갔는데- 익숙하면서도 낯선 듯한 그 풍경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유럽의 도시만 보다가 한적한 시골을 보아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버스에서 내리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아이슬란드에서 봄학기를 함께한 리처드!(사실은 오빠를 붙여야 하지만 왠지 외국 친구들은 붙이기 어색) 부다페스트에서는 리처드네 집에서 3 4일 동안 신세를 졌다. 아이슬란드에서 보다가 그네들 동네에서 다시 만나니 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리처드의 안내에 따라 지하철을 탔는데 웬걸, 어느 환승역에서 검표원에게 걸리고 말았다. 리처드가 끊어준 표가 잘못되었던 것. 리처드는 검표원과 한참을 실랑이를 벌였고 (헝가리어로 얘기하니 뭐가 뭔지는 잘 모르고) 나랑 A양은 지하철 역 한복판에 붙잡혀 있으니 창피하기도 하고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리처드는 우리보고 돈 낼 필요 없다고 하고 검표원은 계속 이러면 경찰서 갈 수 밖에 없다고 하고...... 결국 내가 어쩔 수 없으니까 벌금 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1인당 25유로를 벌금으로 냈다. 부다페스트의 지하철 요금 시스템은 조금 복잡한 편이어서 여행객이 검표원의 주요 표적이라고 한다. 그날은 그렇게 넘어가고, 다음부터는 10장짜리 표를 끊어서 들고 다녔다. 10장짜리도 주의해야 하는 게,10장 묶음을 다 들고 다녀야지 한 장씩 떼면 안 된단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리처드의 집은 부다페스트 시내 외곽의 Budakalasz부다칼라스 라는 동네에 있다. 시골 간이역 수준의 기차역에 내려서 걸어가면 말 그대로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마당이 있는 아담한 가정집은 1층의 부모님 방과 주방 거실, 그리고 2층의 형제들 방으로 나눠져 있었다. 나는 3 4일간 지냈던 리처드의 집이 너무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정집의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서울의 자취방이나 아이슬란드의 기숙사 방이 아닌, 가족이 사는 집이었으니까. Anya아냐(헝가리어로 엄마’) 라고 불렀던 마리아, 새 아빠였지만 다정해 보이시던 조니, 그리고 어딘가 오타쿠스러운 동생 에디. 나와 A양이 머무는 동안 정말 잘 해주셨고 특히 아냐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시며 우리가 맛있다고 할 때마다 환한 미소로 좋아해 주셨다. 아들 밖에 없는 집이라 여자애 둘이 집에 들어오니 딸이 생긴 것 마냥 챙겨주셨다고 생각하면좀 오바려나? 아냐가 만들어 주셨던 스노우 크로아상, 체리 수프, 발라친타, 프렌치 토스트, 마카로니, 굴라쉬, 그리고 헝가리 와인 토카이. 모두모두 잊을 수 없다. 동생 에디도 정말 잘 해 주었다. 에디 영어가 좀 딸려서 의사 소통은 거의 손짓 표정으로 했지만 서도, 에디 특제 물담배와 우쿨렐레를 비롯한 각종 이상한 악기들 구경, 에디가 모은 인형 구경, 천체 망원경으로 별 관찰, 요가 수업, 그리고 마지막 날 선물로 주었던 구슬 팔찌. 독특한 취미 활동으로 오덕오덕 포스를 마구 풍겨준 에디는(그리고 방에는 닥터후 포스터가…)나름 귀여운 친구였다. 

 날씨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크라쿠프, 빈과는 달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동안은 항상 날씨가 좋았다. 좋다 못해 낮에는 엄청 더웠다. 그래도 좋은 날씨에 기분이 들뜬 나는 아껴둔 나시 원피스와 튜브탑 원피스를 총동원하였다. 햇살이 좋으니 사진도 잘 찍혀서 기분 업!! 둘째 날 부다페스트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난 부다페스트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인 줄 몰랐다. 리처드의 안내에 따라 국회의사당, 영웅광장, 성 이슈트반 성당, 세체니 다리바이다후냐드 성, 부다 왕궁, 마챠시 성당, 어부의 요새를 보았다.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두 다 아름다웠다. 가장 좋았던 것은 바이다후냐드 성과 부다 왕궁, 그리고 어부의 요새였다.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본 도나우 강과 부다페스트 시내 전경은 계속 바라봐도 좋을 만큼 멋있었다. 하지만 역시 부다페스트의 하이라이트라면 야경일 것이다. 밤이 되면 국회의사당과 부다 왕궁, 그리고 어부의 요새에 조명이 들어오는데 그 광경이 눈물이 날 정도로 황홀했다. 지금도 사진을 보면 그때의 느낌이 기억난다. 너무 예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둘째 날 카메라 배터리 사망으로 야경 사진을 못 찍어서 다음날 리처드집 근처의 Szentendre센텐드레라는 작은 동네 구경을 한 다음 다시 부다페스트로 야경을 보러갔다. 이걸 사진으로 남기지 않으면 정말 안 될 것 같아서였다. 

 , 그리고 이날 시내 구경을 시작할 때 우연히 한국인 남학생 S를 만났다. 혼자 여행 중이었는데 우리랑 같이 다니게 되었다. 단체사진도 같이 찍어서 여행 끝나고 사진을 메일로 교환했다. 파리에서 누나를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는데, 잘 지내고 있을는지.

 셋째 날 3시까지 늘어져라 쉬고 센텐드레에 리처드 형제와 마실 나가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랑구스도 사먹고 하며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와서는 모닥불 파티를 했다. 베이컨, 소시지, 양파를 구워 빵과 함께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리처드네 개 아토스도 이때쯤부터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날 우리는 베를린으로 떠나야 했다. 4 5일로 잡을 걸 하며 너무 아쉬워했다. 마리아가 우리에게 원하면 여름 내내 있어도 된다고 했는데 정말 그러고 싶었다. 그땐 내가 왜 워크캠프 따위를 신청한 거지?!’ 라는 원망도 들었다. (그래도 워크캠프는 잘 한 선택이었다.) 리처드가 기차역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다. 겨울에 꼭 다시 보자고 말하며 창문 밖으로 안녕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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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낭만기사 2011/10/25 18:45 # 답글

    좋은 여행 하시고 오셨네요..ㅎ
  • 루얼 2011/10/26 08:51 #

    넵. 부다페스트 짱이에요 +_+
  • cream 2011/10/26 01:20 # 답글

    모르는 이름의 음식들이 막 나오니까 이 새벽에 입맛 다시게 되네요 ㅋㅋ
    부다페스트 야경은 그러니까 그 위의 사진과 야경 사진이 같은 곳이란 건가요? 으아 야경 만세네요..:Q
    그리고 덕친구 참 귀엽네요 ㅋㅋㅋ
  • 루얼 2011/10/26 08:51 #

    사진보다 100배 더 멋집니다 ㅠㅠ 제 카메라는 비루한 똑딱이라서 잘 찍히질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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