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JGD1317] 독일 워크캠프 WATER OVER THE COURSE OF TIME by 루얼

 아이슬란드에서 교환학생 중인 나는 두 달이 넘는 방학 기간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다가 친구와 함께 워크캠프를 하기로 했다. 그 중 캠프 기간이 가장 긴 (21일) 두 캠프를 찾아서 친구와 함께 지원을 했다. 사실은 캠프 리스트가 올라오자마자 밤을 새서 500자 자기소개서를 쓰고 바로 제출하는, 꽤 급하게 신청한 거였다. (경쟁률이 은근 센데, 먼저 신청할수록 유리하다고 들었다. 신빙성은 없다. ) 결과적으로 친구와 나는 서로 다른 캠프를 가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첫 워크캠프는 사실 시작부터 살짝 삐끗한 모습이었다.


 Bärnau베르나우, 독일 현지인들에게도 생소한 이 지역에서 과연 어떤 일을 할지도 정확히 잘 몰랐던 - 단지 몸 쓰는 일을 많이 하고 뭔가 물과 관련되어 있으며 중세시대 집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 알았다 - 나는 베를린 Hauftbanhof하우프트반호프에서 출발해 기차를 두 번 갈아타고 Weiden바이덴 역에 도착하였다. Bärnau는 Weiden에서도 차를 타고 30여분을 더 달려야 나오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 벌어지고 있던 프로젝트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으며 우리의 워크캠프가 바로 그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었다. 

 

1) Bärnau - Tachov Geschichtspark 프로젝트


캠프 첫날 공원을 둘러보는 중


 먼 엣날 중세시대에 독일의 Nurnberg뉘른베르그와 체코의 Prag프라하를 잇는 Golden Road교역로가 있었다. 그 길목에 위치한 곳이 독일의 Bärnau와 체코의 Tachov타호프다. 이 두 마을이 중세시대의 모습을 재현하는 역사 공원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두 마을 사이의 재미난 전통이 있는데 중세시대의 의상을 입고 Tachov에서 Bärnau까지 옛날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직접 Golden Road를 걸어오는 행사다. 과거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정말 대단했다. Bärnau에 중세시대의 마을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겉모습뿐만 아니라 실제 건축 공정도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해결하였다. 직접 나무를 엮어 뼈대를 만들고 그곳에 진흙을 채워 벽을 만든다거나 마을을 둘러싸는 울타리 또한 나뭇가지를 세우고 엮어서 만들었다. 과거 마을 사이를 가로지르던 개천의 흐름도 그대로 재현하려 했다. 공원이 완성되면 사람들이 와서 직접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워크캠프 참가자들은 이 공원을 만드는 일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몸을 써서 일 하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일이 아닌, 독일의 역사 공원을 짓는 일이었다.


우리의 일터!


 워크캠프에서 정한 규정에 따르면 우리는 일주일에 총 25시간을 일하도록 되어 있다. 일하는 스케줄을 짜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었다. 5시간씩 5일 동안 일을 해도 되고, 하루에 7시간씩 해서 4일에 끝내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쓸 수도 있었다. 우리는 월, 화, 수는 7시간씩 일하고 목요일에는 오전에만 4시간 일하기로 결정했다. 아침 9시에 숙소 앞에서 집합을 하면 Geschichtspark사무소에서 워크캠프 작업 관련된 일을 담당하는 Benjamin 이 그날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는 공원을 가로지르는 하천을 정비하는 일, 직접 손으로 진흙을 바르거나 바닥을 다지고 기둥을 박을 구멍을 파는 등 중세시대의 집을 만드는 일, 나뭇가지를 엮어 울타리를 만드는 일 등을 했다. 몇몇 남자애들은 목재를 날라가며 성채를 만드는 일도 했다.

 

2) 열악한, 그러나 정겨운 Camp


아늑한(?) 침실


 캠프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적잖이 놀랐다. 우리의 숙소는 숙소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곳이었다. 전등과 콘센트만 달린 콘크리트 방 두 개와 화장실이 우리 숙소가 가진 시설의 전부였다. '시설이 좋지 않다' 라는 건 워크캠프 소개에서 보긴 했으나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 세탁기는 없다 쳐도 주방 싱크대마저도 없을 거라고 누가 생각 했겠는가? 아마 그곳에 모인 각 국(스페인, 독일, 덴마크, 우크라이나, 러시아, 체코, 프랑스, 터키, 대만) 캠프 참가자들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일단 캠프가 시작되면 모든 것은 우리가 스스로 알아서 정하고, 계획해야 했다. 방은 어떻게 쓸 것인지, 식사 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남녀 방을 나누지 말고 한 방 전체에서 같이 잠을 자기로 하고, 나머지 방은 주방 겸 식당으로 쓰기로 했다. 철제 침대를 스스로 조립하고, 매트리스를 깔고 각자 위치를 골라 자리 잡았다. 그곳이 앞으로 20여일 동안 생활할 우리의 공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다 같이 한 방에서 생활하는 것은 캠프를 재미있게 즐기는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일단 특정 '그룹' 이 나눠지지 않았고 (누가 무엇을 하는지 다 보이기 때문이다) 서로 친밀감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누구 하나 소외되는 사람 없이 참가자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처음엔 남자애들 눈치 봐가며 옷 갈아입고 하는 게 불편했지만 나중에는 속옷 빼고는 그냥 그 자리에서 훌렁훌렁 갈아입을 만큼 편해졌다^^


원시적인 설거지


 식사 준비와 정리는 그 날의 일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2명씩 당번을 정해 그날은 당번이 일을 나가지 않고 숙소에 머물면서 점심과 저녁 준비, 설거지, 그리고 청소 등등을 했다. 앞에서 말했듯 싱크대가 없었기 때문에 이 설거지도 참 만만하지 않았다. 명절날 시골에서 앞마당에 다같이 그릇 쌓아놓고 숙모들이 설거지를 하던 것처럼, 우리는 대야 두 세 개에 물을 받아놓고 설거지를 했다. 첫 번째 대야에 그릇을 넣고 세제로 닦는다. 두 번째 세 번째 대야에 그릇을 옮기면서 거품을 씻어내고 행주로 물기를 닦는 것이 설거지의 과정. 하지만 17명 분의 그릇을 다 씻어내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두 명이서만 하기엔 벅차다. 그래서 저녁 설거지만큼은 대부분 다른 아이들도 함께 도와주곤 했다. 숙소에 세탁기가 없어서 거의 옷은 손빨래를 해야 했다. 대야에 물을 받아 세제를 풀고 손으로 주물러 열심히 빨았다. 제일 어리게는 17살에서 20살 정도 되는 우리 아이들 중에선 제 손으로 처음 옷을 빨아본 친구도 있었을 것이다. 공원 사무실에서 캠프를 총괄하는 Gertraud 아주머니가 가끔 아이들의 빨랫감을 모아 자기 집 세탁기로 빨아주시기도 했다. 말 그대로 '열악한' 우리의 캠프였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알아서 해결해나갔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고생을 하다 보면 그만큼 더 친해지기 마련이다.


 3) 일만 한 것은 아니다! 즐길 때는 확실하게


숲 체험을 마치고 즐기는 소시지♥


 일주일에 총 25시간 일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자유시간이었는데, 캠프 진행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 Caro는 (IJGD 소속 직원은 아니지만 IJGD에서 진행하는 각 캠프를 돌며 어떤 식으로 해 나가면 좋은지 이것저것 가르쳐준다. 보통 처음 모이면 다들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라서) 이 지역에서 가 볼만한 장소를 찾아 Day Trip을 이것저것 많이 짜 주었다. Golden Road 를 따라 직접 하이킹도 해보고, 근처 마을에서 열리는 Old Tractor Festival이라던가 AC/DC 커버밴드 콘서트, Bärnau Beach Party, Flossenburg플로센부르그 의 옛 성채 구경, Zoigel소이겔 이라는 펍에서만 판매하는 지역 특산 맥주 맛보기, Tachov 나들이, 중세시대 옷을 입고 놀았던 Medieval Carnival, Windisheschenbach빈디쉐쉔바흐 의 시추 박물관 탐사, 캠프파이어, 화덕피자 먹기, Flossenburg의 Concentration Camp 견학과 유럽 한 가운데 지점을 직접 밟아보기 … 아마 이런 작은 여행들이 없었다면 20여일이라는 시간이 꽤 지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캠프는 정말 하루하루가 알차게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식당에 갈 때마다 맛볼 수 있었던 독일의 소시지와 맥주는 정말 잊을 수 없다. 어딘가로 떠나는 나들이 말고도 우리는 일을 마치고 Bärnau 에 단 하나 있는 펍에 가서 맥주 한 잔 하기도 하고, 근처 호수에 가서 수영을 하거나 하우스 파티도 자주 열었다. 다들 어찌나 재미있는 게임을 많이 알고 있던지 Medieval Carnival 때는 10여가지 게임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7월 21일에는 내 생일 파티를 했는데 캠프 친구들 덕분에 정말 잊지 못할 최고의 생일을 보낼 수 있었다. 캠프 리더가 만들어 준 생일 케익과 초콜릿 선물, 그리고 밤새 이어지던 진실 게임은 아직도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친구가 있는 Hof  행 기차를 기다리며, Wiesau 역에서


 이번 워크캠프를 하면서 좋았던 점 한 가지는, 캠프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친구가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봄학기 때 아이슬란드에서 같이 교환학생을 했던 두 친구를 워크캠프 기간에 만나러 갈 수 있었다. 비록 캠프와 관련된 일은 아니었지만 Caro와 Gertraud 아주머니께서는 내가 친구 집으로 갈 수 있도록 이것저것 알아봐 주시고 기차역까지 픽업도 해주셨다. 나중에는 그 두 친구가 직접 캠프 장소에 구경도 왔다. Bärnau에 머무는 동안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우리가 사랑했던 베르나우의 호수


 나는 교환학생을 마치기 위해 다시 아이슬란드로 돌아온 지금도 가끔 독일을 생각한다. 울창한 바이에른의 숲과 정겨운 동네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이 20 일 넘게 지냈던 친구들이 제일 그립다. 캠프가 끝나갈 때 다들 입을 모아 'This is the best workcamp' 라고 말했다. 이번 것까지 포함해 총 워크캠프를 5번이나 했다는 스페인 여자애까지도 말이다. 워크캠프의 work도 단순 노동이 아닌 정말 의미 있는 것이어서 더 좋았고, 일하지 않는 날에도 그 지역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들로 보낼 수 있었다. 이 독일 워크캠프를 통해 얻은 것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 그리고 이 워크캠프 덕분에 나의 2011년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쁘다.





덧글

  • Anima 2011/10/21 11:54 # 답글

    오.. 독일유학 계획중인데 마침 눈에 들어오는 포스팅이네요
    세달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시다니 정말 재미지셨군요!? ㅎㅎ
  • 루얼 2011/10/22 10:05 #

    독일 정말 좋았어요! 무엇보다 독일에선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 기억 속에 더 잘 남아있을 수 있는 것 같네요.
    만약 독일로 유학가신다면, 제가 정말 부러워해드릴게요ㅋ
  • Anima 2011/10/22 21:00 # 답글

    으핫 부러움살 수 있도록 꼭 가도록하죠 ㅎㅎ
    저도 그런 좋은기억을 남겨왔으면 좋겠네요~ 김칫국부터 마시는거 같긴 하지만요ㅎ
  • cream 2011/10/26 00:56 # 답글

    이건 정말 꿈만 같은 글이네요.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막 전해져오는 기분입니다 ㅎㅎ
    덕분에 독일이란 나라에 관심이 생기네요!
  • 루얼 2011/10/26 08:53 #

    지금도 워크캠프 때 생각하면 뭔가 기분이 들떠요ㅋ
    차마 적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도 많구요~ 외쿡의 젊은 아이들이 모여있다보니 섹드립이 마구 쏟아져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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