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 - 110401 셋째날 by 루얼

 우리의 Intensive한 여행 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 일찍 맞춰놓은 알람 소리를 듣고 잠은 깼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무리한 일정 소화(?)로 몸이 천근만근으로 느껴졌다. 온 몸의 근육과 살의 무게가 급격히 늘어난 기분이었다. 한참을 이불 속에서 밍기적 거리다가 8시에 일어나 씻었다. 창 밖을 보니 날씨가 영 흐린 것이 왠지 오늘의 여행은 기대를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부 피요르드의 예쁜 마을, 세이디스피요르두르

 8시 40분 쯤 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해 세이디스피요르두르Seyðisfjördur 라는 마을로 향했다. 에길스타디르Egilstaðir 에서 산을 넘어가면 나오는 곳인데 아이슬란드의 동부 피요르드 지형에 위치한 마을이다. 세이디스피요르두르로 가려면 앞에서 말한대로 산을 넘어가야 하는데, 산 마루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도로는 아찔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가드레일 하나 없는 구불구불한 내리막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피요르드안에 자리잡은 마을이 보인다. 거짓말처럼 이 피요르드 마을에 도착하니 날씨가 환상적으로 변하였다. 산 하나 넘었다고 날씨가 휘리릭 바뀌다니, 역시 아이슬란드는 재밌는 곳이다. 세이디스피요르두르는 참 작은 마을이었는데, 피요르드 안에 폭 싸여 있어 예쁘고 아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차를 몰고 바다를 따라 피요르드 끝까지 가 보았다. 처음보는 피요르드 풍경은 정말 눈이 돌아갈 만큼 아름다웠다. 높은 산의 하얀 눈, 저지대의 초록 이끼, 검은 흙, 그리고 눈이 시릴 만큼 파란 물빛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그 풍경의 느낌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한 곳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호픈Höfn 을 향해 출발했다. 호픈으로 가는 길 중간에 경치가 환상인 곳을 발견해 차를 세웠다. A가 예전부터 '초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 라고 했는데, 잔디가 펼쳐진 너른 곳에 바다와 산이 함께 보이는 완벽한 곳이었다. 초원을 질주하는 사진도 찍어보는 등 신나게 카메라를 가지고 놀았다. '목적지보다 목적지로 가는 길이 더 아름답다' 라는, 말이 또 한번 들어맞았다. 호픈은 기대보다는 조금 평범한 마을이어서 주유만 하고 지나쳤다. 

거대한 빙하 라군Lagoon

 다음 목적지는 아이슬란드에서 유명한 곳인, 요쿨사우르론Jökulsárlón 이었다.(보통 요쿨살론 이라고 많이 적어놓는데, sár 는 '사우르' 라고 발음함) 요쿨사우르론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 호수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걸으면 금새 유빙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빙하 조각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실제로 보면 참 신기하다. 문제는 이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것. 바람막이 모자를 뒤집어 쓰고 힘겹게 사진을 찍었다. 물가로 떠내려 온 얼음 조각 하나를 집어 맛을 보았는데 이상하게 짭짤했다... 누군가 이미 한번 먹어본 것이었을까? 

저 빙하 바로 옆으로 걸어 갈 수 있다

 요쿨사우르론을 지나(떠날 때가 되니 비가 살살 그치기 시작함...-_-) 블랙 비치Black Beach, 주상절리로 유명한 비크Vík 를 향해 갔다. 도로를 신나게 달리다 보면 산 사이로 하얗고 거대한 빙하들이 계속 보이기도 한다. 가다보니 빙하 앞까지 도로가 나 있는 곳이 보이길래 한번 들어가 보았다. 스비나펠스요쿨Svínafellsjökull 이라는 이름의 빙하였는데, 걸어서 빙하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시간이 좀 촉박해서 잠깐 머무르려고만 했는데 어쩌다보니 걸어갈 수 있는 곳 끝까지 올라갔다. 가까이서 빙하를 보면 진짜 신기하다. 두껍고 커다란 얼음 덩어리 그 이상의 느낌이다. 스비나펠스요쿨 입구에는 2년 전 이곳에서 실종된 두 명의 독일인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비크 도착 직전의 사진, 해는 금방 져 버렸다

 다시 비크를 향해 열심히 달렸으나, 비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져 버린 뒤였다. 주상절리와 블랙비치를 찾았지만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데다 표지판도 잘 보이지 않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때가 밤 9시. 원래는 이날까지 교환학생 차를 쓰기로 되어 있다. 비크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는 대신 다른 교환학생 애들에게 눈총을 받을 것이냐, 그냥 약속을 지켜서 학교로 돌아가는 대신 엄청난 장거리 운전을 감당하느냐 의 선택이었다. 고민하다가 학교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 다음날 차를 언제 쓸 거냐고 물어보았는데, 아침 10시에 써야 한다고 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밤길을 달리는 수 밖에 없었다. 

여행 마지막을 장식한 오로라

 자정이 넘는 한 밤중에 차를 타고 운전하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었다. 마을 근처의 도로가 아니면 가로등도 없고 지나가는 차도 볼 수 없는, 말 그대로 암흑 한 가운데 외로이 차를 몰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익숙한 길이 아닌데다 야간이라 속도도 많이 낼 수 없어 J 오빠가 정말 힘들게 힘들게 운전을 했다. 그런 우리를 위한 선물이었을까? 셀포스Sellfoss 근처를 지나는데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선명하고 가장 큰 오로라를 보았다. 창문 밖 하늘 가득히 오로라가 펼쳐져 있었다. 그동안은 희뿌연 구름 같은 것만 봤다면, 이때 본 오로라는 '장막' 처럼 보였다. 물론 육안으로 보면 사진만큼 색깔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그렇게 형태가 분명한 오로라를 본 것은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다. 잠시 차를 세워 열심히 카메라에 오로라를 담았다. 삼각대가 있었다면 더 좋은 사진이 나왔을 텐데 참 아쉬웠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3시였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Intensive 한 아이슬란드 일주는 막을 내렸다.






덧글

  • 습자지내야진 2011/06/03 21:48 # 삭제 답글

    우와 저렇게 선명한 오로라가!!!!

    제가 가고 싶은 여행지 중에 아이슬란드도 있었는데, 이렇게 여행기까지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용ㅠㅠ 북마크 해놨다가 나중에 꼭 참고하겠습니다~
  • 루얼 2011/06/04 08:42 #

    실제 눈으로는 저렇게까지 안 보이구요ㅎ 노출 최대한 길게 해서 찍으면 사진으로 오로라를 볼 수 있어요.

    정보가 많이 부족한 여행기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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