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 - 110331 둘째날 by 루얼


 둘째날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씻고 토스트와 바게뜨로 아침 식사를 했다. 우리의 여행의 목표 중 하나가 식비의 최소화였기 때문에 최대한 집에서 가져올 수 있는 음식은 챙기고, 더 필요한 것만 마트에서 사서 아침점심저녁을 거의 그것만 먹고 다녔다. 여튼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8시 40분에 호스텔에서 나왔다. 우리는 아쿠레이리를 벗어나 후사빅Húsavík 이라는 마을로 향했다. 바닷가에 위치한, 고래로 유명한 마을이다. 이곳에 고래박물관이 유명하다고 해서 들어가보았다.

후사빅 고래 박물관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조금 쑥스러울 듯한 작은 건물에 고래 박물관이 있었다. 입장료가 있는데 성인은 1000 크로나, 학생은 800 크로나이다. 아이슬란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고래들의 뼈,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고래 사냥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한 때 고래사냥으로 먹고 살던 마을은 이제 관광객들에게 고래를 보여주면서도 돈을 벌고 있었다. 실제로 후사빅은 웨일 워칭 투어Whale Watching Tour 로 유명하다. 보통 1인당 10,000 크로나 이내를 내면 보트를 타고 고래를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확실히 본다는 보장은 없다) 박물관 안은 사진을 찍으며 놀기에 좋았다. 

색색깔의 배, 눈 덮인 산, 그리고 바다

 박물관을 다 둘러보고 나서는 박물관 바로 앞에 있는 항구, 그리고 교회(늘 말하지만 아이슬란드 동네에서 볼 만한 건물은 교회!!)에서 사진을 찍었다. 항구에 서면 바다 너머 눈 덮인 산과 배가 함께 보인다. 물빛도 꽤 맑아서 산과 배가 수면에 그대로 비치는 그 모습이 정말 멋있다. 교회 건물도 참 예뻤는데 문이 잠겨서 안에는 들어가보지 못했다. 후사빅에서 유명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남근 박물관' 이다. 여러가시 성sex 과 관련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겨울 시즌에는 12시부터 문을 연다고 해서 아쉽게(?)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대신 그 앞에 놓인 커다란 남근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했다.

우뚝 솟아있는 절벽

 후사빅을 떠나 동쪽에 있는 아우스뷔르기Ásbyrgi 로 향했다. 발음하기 매우 요상한 요쿨사우르글류푸르Jökulsárgljúfur 라는 바트나요쿨Vatnajökull 국립공원의 북부지역에 있는 곳이다. 바트나요쿨 국립공원은 유럽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이 국립공원 안에 지각 활동으로 땅이 융기해 엄청난 절벽이 만들어졌는데, 이곳이 바로 아우스뷔르기 이다. 아이슬란드의 유명한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 의 다큐멘터리 헤이마Heima 에 나온 곳이라 J 오빠가 무척 가 보고 싶어했다. 일단 차를 타고 국립공원 안 쪽으로 들어갔는데, 길에 눈이 잔뜩 쌓여있어서 차를 몰고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처음에는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조금 헤맸다. 알고보니 우리가 차를 타고 들어간 바로 그 길 옆에 있던 높은 암벽이 아우스뷔르기였다. 차에서 내려 절벽을 보고 있으면 정말 높다! 가이드북에는 그 절벽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일단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는데... 잠겨있었다. 문 앞에서 서성이니까 웬 여자 한 분이 나오셔서 문을 열어주었다. 인포메이션 센터 안에 국립공원의 지도가 있는데 여자분 말로는 지금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아마 길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노란색 길을 따라가면 될 거라고 하였다. 실제로 절벽 끝까지 가는데는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일단 그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철조망만 보이고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냥 철조망을 넘어서(!) 무작정 절벽 끝 쪽으로 걸어갔다. 아우스뷔르기의 절벽 위도 상당히 넓었는데 걷다보면 내가 어느정도 높이에 있는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절벽 가장자리 쪽으로 가면 그제서야 그 높이가 실감이 난다. 끝까지 걸어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될 것 같아 중간에 다시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 인포 센터의 여자가 말한 '노란색 길' 이 뭔지 알 수 있었는데, 노란색이 칠해진 짧은 막대가 땅에 꽂혀 있었다. 아마 여름에는 이 마크를 따라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눈 파내고 있는 J 오빠.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낌

 아우스뷔르기와 가까운 곳에 유럽에서 가장 큰 폭포인 데티포스Dettifoss 가 있어서 지도를 보고 길을 따라 가는데, 데티포스로 가는 길은 막혀 있었다. 겨울 시즌에는 데티포스를 갈 수 없다고 하더니, 아예 길목부터 차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J 오빠는 살살 가면 갈 수 있을 거라며 일단 계속 길을 따라 들어갔다.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하나 얻을 수 있는데, 가지 말라는 데는 가면 안 된다. 10분도 채 못 가 눈 더미에 바퀴가 빠져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후진, 전진을 반복해도 바퀴는 눈 속에서 계속 헛돌고 있었다. J 오빠가 맨손으로 바퀴 아래에 눈을 파내고, 나와 A가 차를 밀어도 보고, 바퀴 밑에 돌을 고이기도 했지만 차는 꼼짝을 안 했다. J 오빠가 근처 농가에 뭔가 장비를 빌리러 갔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결국 쓸만한 도구는 못 구해서 이상한 고무 막대기 같은 걸 들고 왔다. 우리는 그걸로나마 열심히 바퀴 밑을 팠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갖은 애를 쓴 뒤에야 바퀴는 움직였다! 정말 그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실 그전에 J 오빠가 차를 몰고 가다가 눈길에서 사고를 내서 이미 한번 돈을 물었는데, 여기서마저 경찰을 부르면 그 견인료를 또 내야 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여행에 쓰는 차는 다름 아닌 학교에서 교환학생들에게 빌려준 차이기 때문에 또 사고를 내면 다른 교환학생들에게 또 눈총을 받았을지도 몰랐을거다. 여튼 다행히 모든 상황을 종료시키고 났을 때가 오후 3시였다. 

눈 사이에서도 부글부글 끓는 흐베리르

 데티포스를 거쳐서 다음 목적지인 에길스타디르Egilstaðir 로 가면 훨씬 빠르지만 길이 막혀 있었다. 결국 우리는 후사빅으로 다시 돌아서 가야했다. 여행 경로를 바꿔서 중간에 뮈바튼Mývatn 을 들렀다가 에길스타디르로 향하기로 했다. 뮈바튼은 북부 지역의 호수인데 경관이 뛰어나고 주변에 볼 것이 많아 관광지로 유명하다. 블루라군보다 규모는 작지만, 천연 온천도 있다.(어떤 사람으느 블루라군보다도 뮈바튼의 온천이 더 좋다고 한다) 우리는 뮈바튼 근처 지열 지대인 흐베리르Hverir에 들렀다. 문제는 이곳에서 또 카메라 배터리가 전사했다-_- 흐베리르에서는 쉴새없이 가스를 분출해내는 구멍과, 진흙이 부글부글 끓어대는 걸 볼 수 있다. 골든 서클의 게이시르Geysir보다 더 활동이 심한 것 같다. 뭐, 신기하긴 하지만 역시 지열지대는 내 취향이 아닌 거 같다.

도로를 유유히 지나가는 사슴떼

 뮈바튼에서 에길스타디르까지 가는 길은 비록 엄-청 오래 걸리고 피곤했지만 엄-청나게 멋진 하늘과, 도로로 갑자기 난입한 사슴떼 덕분에 꽤 즐거웠다. 동쪽 지역 도로에서는 사슴떼를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슴떼가 다 지나갈 때까지 멈춰서 기다려야 했는데, 참 신기한 게 사슴떼들이 한번에 길을 건너지 않고 중간에 자꾸 멈춰서 우리를 지긋이 쳐다보곤 했다. 후사빅에서 뮈바튼까지 3시간 걸렸고, 뮈바튼에서 에길스타디르까지도 거의 2시간 넘게 걸렸다. 나는 앞자리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으로 열심히 하늘 사진을 찍었다. 

이런 하늘을 보면서 달리면 3시간 주행도 지겹지 않다. 물론, 조수석에 앉았을 때의 이야기

 우리가 에길스타디르에 도착했을 때는 밤 8시 30분이었다. 륀가스Lyngas 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지은지 반 년밖에 되지 않아 굉장히 깨끗하고 시설도 훌륭한 곳이었다. 1인당 4,000 크로나 였는데 우리는 나랑 A 이렇게 두명이라고 뻥을 치고 침대 2개짜리 방을 빌렸다. 주인이 체크인을 도와주고 게스트하우스를 떠난 뒤(주인이 계속 게스트하우스에 상주하는 게 아니었음) J 오빠를 부르는 꼼수를 썼다. 간단하게 저녁을 챙겨먹고, 그동안 찍은 사진을 노트북으로 같이 구경하다가 일찍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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