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 101216 셋째날 by 루얼

 알람을 7시 반에 맞춰놓았지만, 4시부터 슬슬 잠이 깨기 시작했다. 한 5시 쯤 부터 방에 있던 두 명이 부스럭거리면서 나가길래 나도 그냥 6시에 일어났다. 전 날도 느낀 건데, 슬리퍼를 안 들고 왔더니 너무 불편했다. 그런데 슬리퍼를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우리나라처럼 삼디다스를 살 수 있는 문구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튼 다른 애들은 자고 있으니 방에 불을 켜기도 뭐하고 해서, 파견 학교 오리엔테이션 북클릿을 들고 와 호스텔 1층에 있는 휴식 공간에서 읽으며 아침 식사 시간을 기다렸다.

 Astor Museum Inn 의 아침식사는 나름 괜찮았다. 흰 식빵, 호밀 식빵이랑 햄, 치즈, 발라먹을 잼, 시리얼 세 종류, 우유와 차가 있었다. 꿀이 있길래 빵에 발라 먹어봤는데 별로였다. 시리얼은 괜찮았다. 빵 사이에 치즈랑 햄을 넣고 샌드위치 기계로 눌러서 먹는 것도 맛있었다. 아침 식사 메뉴에 채소나 과일 종류가 없는 게 아쉬웠다.

 밥을 먹고 9시 반 쯤 호스텔 바로 옆에 있는 대영 박물관에 갔다. 이때 비가 조금씩 오고 있었다. 셀프 사진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들고 갔는데, 비오는 날 밖에서 삼각대 들고 혼자 설치니까 굉장히 없어보였다. 그렇게 박물관 방문 인증샷을 찍고 들어갔다. 10시부터 전시실 오픈이라 사람은 많이 없었다. (대신 10시 지나니까 엄청 몰려들었다) Great Court 를 중심으로 카페도 있고 여러가지 시설이 있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박물관 지도를 받고 일단 살펴보았다. 전 날 간 내셔널 갤러리도 그렇고, 대영 박물관도 그렇고 내부가 관람 순서를 짜기 참 애매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다. 길 찾기가 힘들다... 이집트, 그리스 등등의 유물을 보았는데 크게 감흥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박물관은 내 취향이 아니다. 유물은 책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던 것들이니까 말이다. 이상하게 유명한 그 로제타석을 실제로 보아도 딱히 감동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막말로 그게 다 진짜 유물인지 복제품인지 내가 구별이나 할 줄 알까? 나는 내셔널 갤러리가 훨씬 더 재밌었다.  그래도 박물관 규모가 크고, 잘 꾸며놔서 괜찮았다. 그리스 시대 유물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한국 전시실도 있길래 구경했는데 별 느낌 없었다ㅋ 
 
 박물관에서 2시간 정도 보내고(휙휙 봐도 워낙 커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마블 아치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생각보다 가는 데 시간이 오래 안 걸렸다. 정류장에서 내려 마블 아치 쪽으로 걸어가는데 이때부터 비가 미친듯이 내렸다. 비를 줄줄 맞으면서 마블 아치를 구경했다. 굉장히 처량했다 ㅠㅠ 마블 아치 바로 앞에 있는 하이드 파크 입구로 갔다가, 왠지 비오는데 넓은 공원을 걸을 용기는 안 나서 접었다. 
 
 마블 아치에서 본즈 스트리트 역 쪽으로 가 베이커 가를 계속 걸었다. 셜록 홈즈 박물관이 있는 베이커 가 221B 번지는 베이커 가 거의 끝에 있었는데 정말 한참을 걸어야 했다. 베이커 역을 지나서 좀 걸어가야 보인다. 아주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었는데 신기했다. 소설 속의 인물을 위한 박물관을 보니 꼭 홈즈가 실존인물처럼 느껴졌다. 홈즈와 왓슨 박사의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코트를 걸어놓는 곳, 홈즈의 바이올린, 매일 챙겨보는 타임즈 등등...) 하숙방도 잘 꾸며져 있었다. 1층에는 셜록 홈즈와 관련된 엄청나게 많은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사고 싶었지만...돈이... -_ㅠ 

 홈즈 박물관 구경을 다 하고 다시 마블 아치 쪽으로 가서 봐두었던 캐리어와 허접한 조리를 샀다. 처음엔 25인치를 들고 왔는데, 이번엔 아예 그냥 30인치로 샀다. 조리는 거기 있던 가장 큰 사이즈를 샀는데도 내 발보다 좀 작았다. 허접한 신발 주제에 2파운드나 한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와서 캐리어의 짐을 옮기고(확실히 더 큰 걸 사니까 구겨넣지 않아도 짐이 수월하게 들어감) 잠깐 쉬었다가, 날씨는 좀 구리더라도 (이때부터 눈이 오기 시작했다) 런던 브릿지 야경이라도 볼까 싶어 나갔다. 왜냐면 아직 저녁 7시도 안 되었을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타워 힐 로 가는 버스를 찾아 기다리는데, 한참 뒤에 나타난 버스에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갑자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엇다. 내가 뭐하러 굳이 퇴근길 사람들 틈에 껴서 이 추운 날씨에 고생해가며 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발길을 돌려 테스코에서 저녁거리를 사 호스텔 주방에서 쓸쓸히 혼자 먹고(...) 씻었다. 이날은 저녁 10시 쯤 잠들었다. 근데 시차 적응이 좀 덜 되었는지 오후 5시부터 슬슬 피곤하고 졸리기 시작한다. (영국에서 오후 5시가 한국에서 새벽 2시... 딱 내가 원래 자던 시각) 다음 날은 좀 늦게 일어나리라 다짐했다. 




덧글

  • 미냐 2011/01/05 10:58 # 답글

    저는 한국전시실이 다른데보다 크길래 우리나라에서 뺏어온걸 다 여기서 전시하는거냐 이놈들아!! 하고 분노했던 기억이 나용 ㅎ
    저도 빅토리아뭐시기를 포기하고 혼자 홈즈박물관 갔었는데 거기서 찍은 사진 다 웃기게 나왔어요 ㅋㅋㅋㅋ
  • 루얼 2011/02/03 04:10 #

    ㅋㅋ 저는 그냥 풍경만 열심히 찍었네요... 제 얼굴 나오는 사진 좀 남길 걸 하는 후회가 살짝 들어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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