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 101215 둘째날 by 루얼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5시를 약간 넘긴 시각이었다. 영국은 입국 수속이 까다롭다는 말을 들어서 좀 긴장했는데 별 말 없이 넘어갔다. 직업, 며칠 있을 건지 물어보더니 도장을 꽝! 찍어주었다. 수화물을 찾았는데 이런, 끌고 다닐 때 쓰는 핸들이 고장이 났는지 빠지지를 않았다. 결국 손잡이만 잡고 굉장히 힘들게... 끌고 다님. 홍콩 공항 면세점에서 샀으면 더 쌌을 거 같은데 여기서 사야하나 생각하니까 급 짜증이 났다. 공항 안에 있는 M&S Simple Food 에서 크라상, 오렌지 주스를 사서 아침을 먹었다. 너무 일찍 출발하면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공항 안에서 시간을 좀 때웠다. 

 히드로 공항 안에 있는 Underground 매표소에서 오이스터 카드를 샀다. 6일 정도 있을 거라고 하니 30파운드 충전하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나중에 5파운드 더 충전했다) 공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런던 지도를 받고 (버스 노선이랑 같이 있는 걸 추천해줘서 그걸 들고 왔는데 런던 있는 내내 굉장히 유용하게 썼다.) 8시 좀 넘어서 지하철을 탔다. 런던의 지하철은 굉장히 '아담' 하게 느껴진다. 간격도 좁고 좌석도 몇개 없고 천장도 낮다. 공항 근처 역들은 지상이었는데 지나갈 때 런던의 가정집이 보이는 게 참 신기했다. 외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러셀 스퀘어 역에 내려 호스텔을 찾아갔다. 군데군데에 지도가 설치되어 있어 내가 어디있는지 확인이 가능해서 정말 편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캐리어 손잡이가 고장나서 끌고 가는게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숙소를 제대로 찾았다. 9시 반쯤 도착했는데, 체크인 시각이 오후 2시부터라 Luggage Room 에 짐을 맡기고 첫 여행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엔 홀본 역으로 걸어가 지하철을 타고 채링 크로스 역으로 갔다. 홀본 역은 엄청 큰 곳이었는데 런던 지하철은 꽤 깊은 곳(?) 에 있다. 에스컬레이터 경사가 진짜 장난 아니었다. 거의 서울의 9호선 수준이다. 서울에서는 이제 두줄 서기 운동을 하는데 여기는 한 줄 서기를 권장한다. 경사가 급한데도 사람들은 척척 잘도 걸어내려간다. 러셀 스퀘어 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를 탔다.

 채링크로스 역에 내려서 조금만 걸으면 트라팔가 광장과 내셔널 갤러리가 보인다. 넬슨 기념탑은 너무 높아서 꼭대기의 조각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일단 내셔널 갤러리에 들어가 관람을 했다. 내부 지도가 1파운드라서 그냥 지도 없이 봤는데 방이 엄청 많고 여기저기 복잡해서 그냥 중구난방으로 그림을 감상했다. 책에서 보던 그림을 실제로 보는 게 참 좋았다. 특히 렘브란트의 그림이 제일 좋았다. 그런데 이날 반 고흐의 그림을 못 찾고 그냥 나왔다. 

 내셔널 갤러리를 나와 템스 강변 쪽을 따라 주욱 걸었다. 가는 길에 웬 말을 탄 기병이 있길래 사진을 찍어뒀는데 알고보니 유명한 Horse Guards 라는 곳이었다.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막 지나쳤다. 사실 런던에는 오래된 건물이 너무 많아서 뭐가 유적이고 뭐가 그냥 건물인지 잘 모르겠다.) 

 강변 쪽으로 죽 걷다보면 그 유명한 빅 벤과 국회의사당 건물이 나온다. 빅 벤이 국회의사당 건물에 붙어있는 것도 이날 가서야 알았다-_-ㅎ 나는 시계탑만 우뚝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뾰족뾰족한 건물이 가까이 가기 힘든 기운을 느끼게 한다. 생각보다 큰 감흥은 없다. 옆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있는데 왠지 별거 아닌 것 같아 그냥 지나갔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했다... 

 램배스 다리까지 걸어내려갔다가, 빅토리아 타워 가든을 거쳐 다시 올라와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통해 템스강을 건넜다. 먼 발치에서 런던 아이와 런던 아쿠아리움 건물을 구경했다. 런던아이는 넘 비싼 거 같아 안 탔다. 지도를 보니 홀본으로 가는 버스는 워털루 역에 있길래 워털루 역까지 걸어가 처음으로 2층 버스를 탔다.

 홀본 역 근처 맥도날드에서 점심 을 먹었다. 빅맥 세트를 시키려고 했는데, 영어로 세트가 "meal" 인 걸 몰라서 엄청 쩔쩔 맸다. 영국 사람들의 영어를 알아듣는 것도 힘들었고, 내가 말하는 것도 잘 못알아 듣는 것 같았다. 자신감 급 하락... 런던의 빅맥은 생각보다 좀 부실했다. 

 런던은 그렇게 추운 건 아닌 듯 하면서도 으슬으슬한 한기가 느껴진다. 손이나 얼굴같이 내놓은 곳만 춥다. 흐리고 부슬비가 자주 내렸다. 비를 맞으면 춥다. 근데 우산을 쓴 사람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웬만한 거리는 지도 보고 걸을 만 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이동하는 거 보다 걷는 게 여행에 훨씬 더 좋기도 하고. 하지만 추워서 오래 걷기가 힘들었다. 

 3시쯤 숙소로 돌아와 체크 인을 했다. 22호 방을 배정받고 지하에서 짐을 힘겹게 끌고 올라왔다. (엘리베이터가 없다) 열쇠로 문을 여는데 문이 안 열려서 끙끙댔다가 결국 안에서 자고 있던 여자애가 열어줬다. 2층 침대 중에서 창가 쪽 1층이 남았길래 거기를 내 침대로 정했다. (그리고 나중에 엄청 후회했다. 창가 진짜 춥다...) 짐을 침대 밑 선반에 넣어놓고 샤워를 했다. 샤워기가 벽에 붙어 있는 거라 이래저래 씻기가 불편하다. 특히 머리를 감을 때. 샤워를 끝내고, 한국을 출발한 지 처음으로 누웠다. 런던은 5시가 되기도 전에 해가 진다. 유럽은 겨울에 해가 짧다더니 정말이었다. 그렇게 첫날은 오후 5시에 잠들었다.





덧글

  • 미냐 2010/12/27 11:30 # 답글

    와 +ㅁ+ 저도 6년전에 가봤는데 그때 생각이 막 나고 그래요!!!
    특히 내셔널갤러리 ㅠㅠ 공짜인데 퀄리티가 뛰어나서(?) 참 좋아했었어요.
    멋진 경험과 신나는 추억 많이 만드셨나요?
  • 루얼 2011/01/05 08:20 #

    날씨는 참 안 좋았지만 ㅋㅋㅋ 그래도 런던 정말 좋았어요.
    꼭 한번 살아보고픈 도시였어요. /ㅁ/ 또 가고 싶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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