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옴 by 루얼

 드디어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잤더니 피곤하다. 그래도 막상 집에 오면 뭔가 할 일이 생겨서 자는 시간을 자꾸 미루게 된다. 뭐 그 할 일이란게 꼭 해야 할 건 아니고 자잘한 것들이긴 하다. 고작 1년 외국 생활 한 것 가지고 유세를 떨긴 싫지만, 나의 모국에 돌아온 첫날 이것저것 느낀 점이 많다. 정리해보면

 1. 내 주위에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여긴 한국이잖아. 당연히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은 한국 사람들이어야지.
 2. 왠지 인천 공항에서 Tourist Information Centre 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3. 서울의 야경이 신기하게 보였다. 집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 또 다른 관광지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다만 다른 도시들과 다른 점은, 숙소를 찾을 때 지도가 필요없다는 것? 왜냐면 숙소가 우리 집이니까.
 4. 공항버스에 나오는 YTN 뉴스와 한글 자막들이 어딘가 어색했다. 꼭 내용은 다 알아 듣는 외국 뉴스를 보는 기분이었다.
 5. 내 방이 낯설다. 아이슬란드 기숙사 방을 생각하면 더 편하게 느껴진다.
 6. 그럼에도,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걸어가는 내 걸음걸이는, 서울 사람의 분주한 걸음걸이 딱 그것이었다.
 7. 떡볶이와 순대를 먹는 데 너무 행복했다. 내일은 마차할리치노나 그린티 프라푸치노 중 하나를 꼭 먹을 테다. 치킨도 시켜먹고.


 돌아오기 전에, 한국이 너무 그립고 오고 싶었던 게 아니라 "한국으로 와야 했기 때문에" 온 것이라 아직까진 아이슬란드와 유럽이 너무 그립다. 하지만 이젠 길고 긴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 아마 곧 다시 내 나라에 적응해 잘 살아갈 것이다. 가끔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보고싶다 메시지를 적으면서 말이다.




아이슬란드에게 by 루얼

 2010년 12월에 너와 처음 만났고, 2011년 12월에 떠나게 되었구나. 교환학생이라는 꿀 빠는(?) 신분으로 함께 살아간 지난 세월은 돌이켜보면 볼수록 행복하고 재밌었어. 

 먼저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그 모습에 매력을 느꼈지. 너의 모습은 아주 거대했지만 결코 나를 압박하지 않았어.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존재가 되었다는 기분에 오히려 편안함마저 느껴졌지.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시야를 가리지 않는 탁 트인 광경은 마음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어. 눈부시게 새하얀 눈으로, 나무 한 그루 없이 초록 이끼만으로 덮힌  산과 평지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러고만 있어도 좋은 게 네 모습이었어.

 네가 만들어 준 모든 인연들, 크고 작은 사건들, 그 모든 것을 나는 잊지 못할 거야. 너는 나에게 있어서 잠시 머무르다 가는 '여행지' 가 아니야. 나의 삶이 녹아있는 또 다른 집이었어. 여름에 다른 곳을 여행하고 돌아와 버스 창 밖으로 너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어떤 이상한 '안도감' 을 느낄 수 있었지. 그만큼 나는 너에게 익숙해져 있어. 지금도 내가 너를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 마치 지난 여름처럼, 잠깐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야 할 것처럼 느껴져.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 이젠 정말 안녕을 말해야 해.

 돌아가면 당분간은 네가 너무 그리워서, 슬플 거야. 너의 모습을 볼 수 없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으니까. 물론 한국에도 보고 싶은 사람은 많아. 그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면 정말 기쁘겠지. 하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너를 볼 수 없다는 슬픔도 클 것 같아. 언젠가, 언젠가 다시 갈 수 있을 거란 강한 확신이 들지만- 그게 언제인지 장담할 수 없어서 또 슬프고. 아마 계속 사진을 보며 너를 그리워하겠지. 그 감정이 벌써부터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져. 그래도 약속할게. 다시 너를 찾아 오겠다고. 사람들이 그 추운 곳에 뭐하러 또 가냐고 말해도, 나는 말이지, 그 '추운 곳'이 정말 좋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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